서 론
수생태계의 일차생산자인 식물플랑크톤은 수중의 생물 군집뿐만 아니라 수환경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(Lampert and Sommer, 2007). 또한 식물플랑크톤은 수중의 생물군집 뿐만 아니라 수체의 물리적, 화학적 요소들의 조건과 조성 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(Wetzel, 1999;Goldman and Horne, 2008).
광합성을 통해 에너지원을 확보하는 식물플랑크톤은 광 조건이 충분한 수층에서 영양염류가 충분할 때 가장 활발 한 성장을 한다 (Graham et al., 2016). 그런데, 식물플랑크톤 이 이용하는 광조건인 태양에너지는 수체로 유입될 때 그 에너지의 일부가 물분자와 반응하여 수온을 상승시키는데, 이 과정에서 물의 낮은 열전달 특성으로 인해 표층에서 저 층까지 수심에 따른 차별적 온도경사가 조성된다 (Reynolds, 1989). 수온이 충분히 높고 수심이 충분히 깊으면 온도경 사에 의해 수체는 혼합이 이루어지는 표수층, 수온이 급격 하게 감소하는 수온약층, 밀도가 높은 심수층의 3층으로 층 화되는데 이것을 성층이라 한다. 성층은 수온의 차이에 따 른 물의 밀도가 대류나 바람에 의한 혼합력을 초과하는 시 점에 형성되기 시작하여 단위면적당 빛 에너지의 유입량이 가장 큰 여름철에 특히 안정화된다. 물의 밀도 차이가 심화 되면서 강화되는 성층은 수체의 수직혼합을 제한하여 세 개의 서로 다른 물리, 화학적 영역으로 수체를 분리하는 안 정적인 계층화를 형성한다 (Wetzel, 1999;Kalff, 2002).
성층의 지속은 수체내에서 영양염류와 기체의 수직혼합 을 저해하여, 생물군의 성장과 활동에 강력한 물리적 장벽 이 되는데, 심수층의 생물은 용존산소의 부족에 의한 생육 제한을 받게 되고, 표수층의 생물은 이용가능 영양염류의 공급 제한으로 인한 성장제한을 받게 된다 (Lampert and Sommer, 2007). 따라서 여름성층이 흔한 기후대에서는 성 층으로 인한 수환경의 교란이 주기적으로 발생하여 생물군 집의 조성과 생물량의 크기를 변경시키므로 인위적인 성 층파괴를 유도하기도 한다 (Reynolds et al., 1984;Wetzel, 1999). 부영양호소인 경우 심수층으로 낙하하는 표수층의 유기물 분해로 산소가 고갈되어 어류가 사멸하는 경우도 흔 히 발생한다. 여기에 대응하여 심수층 생물의 일주기적 수 직이동도 흔하다 (Lampert and Sommer, 2007).
일반적으로 성층에 의해 안정화된 수체는 수온의 하강으 로 심수층과 표수층의 수온이 비슷해지면 대류에 의해 섞 인다. 그런데 강풍에 의해 전단응력 (shear stress)를 초과하 는 힘이 수체에 부과되는 경우에도 성층은 파괴될 수 있다 (Lewis, 1973;Reynolds, 1989). 우리나라의 각 호소들은 대 부분 여름에 성층을 형성하는데, 전단응력을 초과하는 강 풍을 동반한 태풍이 내습하면 성층이 파괴되어 일시적인 수 직혼합이 일어난다. 오랫동안 지속되었던 성층이 파괴되면 서 수체의 수직혼합이 일어나면 심수층으로부터 표수층으 로 영양물질이 공급되고, 표수층에서 심수층으로는 산소가 유입되어 수중 생물의 수직분포와 군집구조에 큰 변화가 유발된다. 따라서 성층이 형성되는 호소에서 생물군집의 분 석을 위해서는 성층의 비주기적인 파괴가 서식 생물에 미치 는 영향을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. 그럼에도 불구하 고 태풍 시기의 위험 때문에 태풍을 전후한 시기의 호소 생 물에 대한 조사는 거의 없다 (Johnson and Laws, 2018).
본 연구에서는 강한 태풍에 의한 성층이 파괴된 주암호 에서 물리화학적인 요인과 식물플랑크톤 군집의 변화를 관 찰하고 그 결과를 보고한다.
연구 방 법
본 연구는 섬진강의 지류인 보성강에 조성된 다목적 댐 인 주암호의 복교지점 (Fig. 1)에서 2000년 8월 30일부터 9 월 29일 사이에 이루어졌다.
강우량을 비롯한 기상자료는 기상청 (http://m.kma.go.kr/ m/index.jsp)dml)의 자료를 이용하였다.
수온은 수질측정기 (Hydrolab DS 5X, Campbell Sci.)를 이용하여 현장에서 측정하였고, Secchi Disc (25 cm)를 이 용하여 투명도를 측정하였다.
Chl-a 농도를 측정하기 위한 시료는 500 mL를 Van-Dorn water sampler로 채집하여 식물플랑크톤의 밀도에 따라 300~500 mL를 0.45 μm membrane filter로 여과하였다. 여 과지는 냉동보관 하였다가 90% Acetone에서 클로로필을 용 출시켜 5,000 rpm에서 5분간 원심분리시킨 후 상등액을 큐 벳에 넣어 spectrophotometer로 흡광도를 측정한 후 Monochromatic Method (APHA, 1992;Wetzel and Likens, 2000) 에 따라 농도를 측정하였다.
식물플랑크톤의 동정과 계수는 200배~1,000배의 현미 경 (Zeiss, Axiolab)하에서 이루어졌고, 탄소생물량 (carbon biomass)은 식물플랑크톤 각 종 고유의 기하학적 형태로부 터 체적을 계산한 후 각 분류군의 생물량지수를 토대로 계 산하였다 (Sournia, 1979; Wetzel and Likens, 2000).
결과 및 고 찰
주암호의 복교지점에서 2000년의 성층은 5월초에 형성 되기 시작하여 8월말에는 강한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었다. 그런데 8월 31일 오전 2000년의 12번째 태풍인 Prapiroon 이 주암호 서쪽 50 km를 지나면서 주암호는 태풍의 위험반 경에 위치하게 되었고 복교지점의 성층은 파괴되었다. 주암 호의 위도선을 통과할 때 Prapiroon의 위력 (965 hPa, 순간풍 속 50 m/sec)은 호소의 여름성층을 약화시킬 만큼 충분히 강한 폭풍을 동반하였다 (Fig. 2). 강한 바람에 의한 성층의 파괴는 흔한 현상이다 (Livingstone, 2003;Locascio and Mann, 2005;Secor et al. 2018). 우리나라의 호소보다 강한 여름성층이 형성되는 필리핀의 Lake Lanao에서도 태풍이 성층을 교란하여 수온약층의 수심을 하강시킨 예가 많이 보고되었다 (Lewis, 1973;Lagmay et al., 2006;Sheela et al., 2011). 1971년의 한 태풍은 Lake Lanao의 성층수심을 20 m 아래로 하강시켜 표수층의 혼합수심을 크게 증가시켰 었다 (Lewis, 1973, 1987). 성층의 교란은 수체의 물리, 화학 적 성질을 바꾸고 생물상의 변화를 유발시킨다 (Tavera and Martınez-Almeida, 2005). 주암호에서도 2000년의 태풍에 의한 일시적인 성층의 교란으로 수직혼합이 이루어졌고, 물 의 혼합은 수체의 물리, 화학적 요소들의 수직분포를 변화 시켰다 (Fig. 3). 태풍이 오기 전 수온의 차이에 의한 밀도차 로 뚜렷하게 구분되었던 수층은 태풍이 내습했을 때 수층 의 강력한 교란으로 완전혼합이 이루어졌다. 태풍이 지나간 후 48시간이 지난 9월 2일 12시에 측정한 수온의 수직분포 에서도 태풍 후의 무더운 날씨로 재성층화가 진행되는 양 상을 보였지만 여전히 수직순환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(Fig. 3). 최저층의 수온 14.6°C와 표층의 수온 21.3°C 사이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수체를 안정적으로 층화시키지는 못했다. 태풍 후 70시간이 경과한 9월 3일 12시경의 수온분포에서 는 뚜렷한 성층이 관찰되었다. 이 성층은 9월 29일의 조사 에서 교란된 것으로 나타났는데, 이는 9월 22일에 내린 182 mm의 강우 (Fig. 4)와 기온하강으로 표수층과 심수층의 수 온이 비슷해진 것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.
투명도는 태풍 전에는 195 cm였는데 태풍 후 84 cm로 줄 었다 (Fig. 5). 이것은 강한 바람에 의한 수체의 수직혼합으 로 저층의 퇴적물이 부유되면서 투명도를 감소시킨 때문 으로 추측된다 (Kristensen, 1992). 호소의 투명도는 강우시 의 부유물 유입으로 감소하기도 하지만 2000년의 Prapiroon 은 비를 거의 동반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주암호 복교지점 의 투명도 감소는 강우요인 때문이 아니었던 것으로 판단 된다. 투명도는 수체가 안정되고 부유물이 침전되면서 다시 증가하여 태풍 후 6일째에는 172 cm까지 증가하였다.
태풍 전후로 조사지점의 식물플랑크톤 군집도 변화되었 다. 태풍 발생 후 각 식물플랑크톤의 개체수와 탄소생물량 이 크게 변하였다.
식물플랑크톤 개체수의 수직분포에서는 태풍 전에는 수 심 2 m에서 최대의 개체수가 조사되었었지만 태풍 48시간 후에는 특정 수심의 peak가 없고 전 수층에 고른 분포를 하 여 수체의 혼합으로 식물플랑크톤이 전 수층에 고르게 분 산되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(Fig. 6). 그러나 재성층이 이루어진 후 식물플랑크톤 개체수의 수직분포는 다시 표수 층>수온약층>심수층의 분포를 보여주었고 최고의 개체 수는 수심 1 m에서 관찰되면서 태풍 전과 유사한 수직분포 를 보여주었다.
식물플랑크톤의 탄소생물량은 개체수와 유사한 수직분 포를 나타냈으나 남조류 Microcystis aeruginosa가 크게 우 점했던 9월 29일의 수직분포는 개체수의 곡선과 다르게 나 타났다 (Fig. 7). 이것은 9월 29일 표층에서 식물플랑크톤 개 체수의 대부분을 차지한 Microcystis aeruginosa가 체적이 적어 세포당 생물량이 적었기 때문이었다.
클로로필 a의 수직분포는 태풍 전후에 큰 차이가 없는 것 으로 나타났다 (Fig. 8). 전 조사기간 동안 평균 농도에서도 큰 차이가 없었다. 이것은 출현분류군의 차이에 일부 기인한 것 으로 추측된다 (Takahashi and Hori, 1984;Montagnes, 1994). 즉 클로로필의 용량에 차이가 있는 종들이 수층에 분산되 면서 특별한 패턴을 보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. 또 하나의 이유로는 수체의 혼합이 클로로필의 증감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 때문으로 보인다. 부영양호수에서는 수체의 혼합이 클 로로필의 증감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. Heo and Kim (2004)은 부영양호수에서의 인위적인 성층파괴 실험 에서 성층이 파괴되어도 표수층에서 TP의 상승이나 클로로 필 a의 증가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했다. 그렇지만 대부분의 경우 성층의 파괴는 영양염류의 이동과 생물량 변화가 초래 된다. Metillo and Garcia-Hansel (2016)은 필리핀의 Lanao에 서 성층이 지속되는 중에 수온약층의 요동만으로도 표수층 에 영양물질의 공급이 이루어져 비 순환기에도 생물의 성 장을 유발한다고 했다. 성층의 파괴로 인한 생물의 성장여 부에 관계없이 본 조사에서 나타난 식물플랑크톤의 생물량 지표인 탄소생물량과 클로로필의 수직분포 패턴의 차이는 후속 연구를 통해 밝혀야 할 것으로 보인다.
태풍에 의한 성층과 재성층은 식물플랑크톤의 분류군 조 성도 변경시켰다. 태풍 전의 주요 우점 식물플랑크톤은 Aulacoseira granulata를 비롯한 규조류였다. 그러나 태풍이 지나간 후 3일 만에 Scenedesmus quadricauda, Eudorina elegans, Staurastrum sp.를 비롯한 녹조류가 세포수와 생물 량에서 규조류를 압도하였다 (Fig. 9). Steinberg (1983)도 성 층의 파괴로 수층에서 물리, 화학적 성질이 바뀌면 종에 따 른 유, 불리의 차이에 의한 천이가 유발될 수도 있다고 하 였다. 녹조류 우점은 9월 22일의 많은 강우 (182 mm)와 수 온의 하강으로 성층이 교란되면서 Microcystis aeruginosa (3.2×105 cells/mL)의 대발생과 함께 남조류 우점으로 대체 되었다. 9월말의 남조류 우점은 흔하지는 않지만 종종 관 찰된다. Dantas et al. (2011)은 브라질의 부영양 저수지에서 성층이 파괴되고 난 후 남조류 대발생이 일어났다고 보고 하였다. 그런데 필리핀의 부영양 저수지에서는 성층시기에 남조류가 우점하다가 강우 후 성층이 교란되면서 녹조류, 유글레나조류 등의 우점으로 변경되었다 (Hawkins and Griffiths, 1993). 이것은 성층의 교란으로 수체의 성질이 변 한 것 외에 저층의 영양물질을 표층으로 공급하는 태풍의 강도, 태풍의 지속시간, 강우의 양, 태풍의 진로, 호소의 지 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으로 추측된다. 그 밖에 Top-down control과 Bottom-up control도 작용했을 것으로 생각된다. 따라서 더 정확한 요인과 결과를 찾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관찰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.
요 약
주암호의 복교지점에서 2000년의 여름성층은 태풍 Prapiroon에 의해 파괴되었다. 성층의 파괴는 수체의 물리, 화 학적 성질을 바꾸고 생물상의 변화를 유발시켰다. 투명도는 태풍 전에는 195 cm였는데 태풍 후 84 cm로 줄었는데, 이는 강한 바람에 의한 수체의 수직혼합으로 저층의 퇴적물이 부유되면서 투명도를 감소시킨 때문으로 추측된다.
식물플랑크톤 개체수의 수직분포에서는 태풍 전에는 수 심 2 m에서 최대의 개체수가 조사되었었지만 태풍 직후에 는 특정 수심의 peak가 없이 전 수층에 고른 분포를 하다가 재성층이 이루어진 후 다시 표수층>수온약층>심수층의 분포를 보여주었고 최고의 개체수는 수심 1 m에서 관찰되 었다.
식물플랑크톤의 탄소생물량도 수심 2 m 부근에서 가장 많다가 태풍 직후에는 전 수층에 고루 분포하였고, 재성층 후 다시 표층에 가장 높은 생물량을 보여주었다. 클로로필 a의 농도는 태풍 전후에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.
태풍에 의한 성층과 재성층은 식물플랑크톤의 분류군 조성도 변경시켰는데, 태풍 전의 주요 우점 식물플랑크톤은 Aulacoseira granulata를 비롯한 규조류였으나 태풍이 지나 간 후 녹조류가 세포수와 생물량에서 규조류를 압도하였 고, 이후 강우와 수온의 하강으로 성층이 교란되면서 Microcystis aeruginosa에 의한 남조류의 절대 우점으로 천이 되었다.